벨라트릭스-7 궤도방어단 관제실08시 54분
교전이 두 시간을 넘기자 관제실의 소리는 몇 가지로 줄어 있었다. 5초마다 돌아오는 포대 사격 보고, 하이랜드 발전소 회선에서 간간이 올라오는 출력 수치, 프라이스가 접촉 목록을 갱신할 때마다 콘솔이 내는 짧은 확인음. 처음 한 시간 동안 관제실을 채우던 목소리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할 말이 있는 사람만 말했다.
전술 화면 위에서 ISA 함대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 행성 가까이 앞서 들어오는 구축함 여섯 척, 그리고 그 뒤로 천만 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천천히 감속하는 본대. 리어리는 30분 전부터 포대 여섯 기의 사격을 전부 앞쪽 구축함 무리에 돌려 두고 있었다. 거리가 줄면서 탄이 도착하는 시간도 30분에서 1분 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아직 한 발도 맞지 않았다.
퀸 중위는 통신 콘솔 뒤에 서서 남부성계사령부와 주고받은 전문을 정리하고 있었다. 07시 06분에 첫 회신이 왔다. 보고 수신, 상황 파악 중, 함급별 척수 추가 보고 요청. 리어리는 10분 뒤에 전함급 4척, 순양전함급 7척 추정치를 보냈다. 07시 40분에 두 번째 회신이 왔다. 지원 전력 검토 중, 궤도방어단은 현 위치에서 지연 수행. 그 뒤로는 오지 않았다.
14분 전, 리어리는 클라크를 통해 제4궤도요격대대의 발진을 요청했다. 구축함들이 행성 반대편의 송전 위성을 노릴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다만 그쪽이 가장 약했고, 자기가 저쪽 지휘관이라면 거기부터 칠 것 같았다. 클라크는 이번에도 지휘 계통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고, 확인에 8분이 걸렸다. 두 시간 가까이 조종석에서 대기하던 조종사들은 승인이 떨어지고 2분 만에 떴다. 대대 호출부호는 템페스트였다.
"구축함 무리에서 두 척 분리." 프라이스가 말했다. "대열에서 벗어나 행성 북쪽 가장자리 방향으로 꺾습니다."
리어리는 화면으로 다가갔다. 붉은 표시 두 개가 나머지 넷에서 떨어져 나와 행성 둘레를 따라 휘는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곡선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화면을 확대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행성 반대편 저궤도, 송전 위성 3번과 4번.
"템페스트 위치."
"야간 쪽 상공 고도 700킬로미터, 상승 중입니다. 지금 진로라면 분리된 두 척의 예상 경로와 행성 북쪽 상공에서 만납니다."
"분리 두 척, 곡선 각도 변화." 프라이스가 말했다. "예상 경로보다 높게 돕니다. 행성 바깥쪽으로 각도를 들었습니다. 15도 안팎입니다."
리어리는 그 곡선을 보았다. 높게 돌면 행성 너머를 더 일찍 본다. 요격기는 그만큼 더 올라와야 한다.
"OCC 연결. 지금."
통신 하사가 회선을 열었다. 클라크가 받자마자 리어리가 말했다.
"대위, 분리된 두 척이 높게 돈다. 템페스트 상승각을 올려야 한다. 새 교차점 지금 넘길 테니 관제에 바로 전해. 프라이스, 새 교차점 OCC 관제로 송신."
"새 교차점 송신합니다."
"……받았습니다. 템페스트에 넘깁니다." 클라크의 목소리 뒤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들렸다.
화면 위에서 여덟 개의 파란 표시가 진로를 틀었다. 프라이스가 시각을 읽었다. "분리 후 20초. 템페스트 진로 변경 확인."
"그래도 늦나."
"늦습니다. 분리 두 척이 위성 3번을 먼저 봅니다. 템페스트가 사거리에 드는 건 그보다 50초쯤 뒤입니다."
"ODP 3번, 4번. 분리 두 척으로 목표 전환."
"전환합니다. 다만 소령님, 두 척이 행성 북쪽을 넘어가면 4번 포대 사계에서 벗어납니다."
"벗어나기 전까지 쏴."
포대 두 기가 목표를 바꿨다. 화면 위에 새 궤적선이 그어졌다. 탄이 1분 반을 나는 동안 두 척은 이미 행성 가장자리 너머로 돌아 들어가고 있었다.
"송전 위성 3번, 피격." 하이랜드 회선을 맡은 하사가 말했다. 잠깐 뒤에 덧붙였다. "3번 신호 소실."
화면 위 ODP 4번과 5번 옆의 전력 막대가 동시에 떨어졌다.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각 포대에 붙은 축전기의 잔량이 숫자로 떴다. 4번, 사격 3회분. 5번, 2회분.
"하이랜드, 송전 경로 바꿔. 1번, 2번 위성으로 돌려서 4번과 5번에 넘겨."
"하이랜드 응답입니다. 경로 전환에 2분. 그리고 1번, 2번 위성이 받을 수 있는 출력에 한계가 있어서, 전부 몰면 포대 여섯 기가 다 출력이 떨어진답니다."
여섯 기를 모두 약하게 쏘게 할지, 네 기라도 제대로 쏘게 하고 두 기를 버릴지였다. 리어리는 오래 고르지 않았다.
"4번, 5번은 남은 축전 다 쏘고 대기로 돌려. 송전은 1번, 2번, 3번, 6번 포대 유지."
"송전 위성 4번 피격. 신호 소실."
통신 하사가 OCC 관제 채널의 교신을 관제실 스피커로 넘겼다. 잡음 섞인 목소리들이 겹쳐 들어왔다. 호출부호, 거리, 짧은 숫자들.
"템페스트 원, 장거리 미사일 둘 발사."
"투, 둘 발사."
"선두 함 근접방어 작동. 첫 탄 요격당했다."
"파이브, 미사일 경보. 회피 기동."
"파이브, 아직 따라온다. 거리 줄어든다."
목소리가 끊겼다. 프라이스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템페스트 5 신호 소실."
리어리는 화면 속 파란 표시들을 보았다. 일곱. 요격기를 움직이는 건 OCC 관제였고, 리어리가 할 수 있는 건 행성 전역의 센서가 보는 걸 저쪽으로 넘기는 일뿐이었다.
"프라이스, 분리 두 척 근접방어 사격 방향 계속 기록해서 OCC에 넘겨. 근접방어 화망에 공백이 있으면 저쪽이 찾게."
"기록하겠습니다."
"템페스트 원, 후미 쪽 함에 명중 확인. 추진부에서 열 반응."
"템페스트 쓰리, 피격, 피격—"
"템페스트 3 신호 소실." 프라이스가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덧붙였다. "분리 두 척 중 후방 함, 가속 감소. 추진부 손상으로 추정됩니다. 열 신호가 계속 커집니다. 화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격침인가."
"아닙니다. 아직 움직입니다. 진로를 틀어 행성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템페스트 원, 여섯 남았다. 선두 함은 위성 1번 쪽으로 계속 간다. 다시 붙는다."
그 뒤로 4분 동안 스피커에서는 같은 종류의 소리가 이어졌다. 발사 보고, 경보, 회피, 그리고 끊기는 목소리. 프라이스는 그때마다 번호를 읽었다. 6번. 2번. 7번. 4번. 8번. 리어리는 그 번호들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했다. 하이랜드에 송전 위성 1번과 2번의 출력을 다시 확인시키고, 지상 방공사령부에 궤도 상황을 넘기고, 퀸에게 남부성계사령부로 보낼 상황 보고를 불러 주었다.
"템페스트 원, 혼자 남았다. 선두 함 측면. 거리 3천. 들어간다."
스피커가 잠깐 조용해졌다.
"템페스트 1 신호 소실." 프라이스가 말했다. 목소리가 평소와 같았다. "템페스트 전 기 소실입니다."
통신 하사가 OCC 채널을 스피커에서 내렸다. 클라크 쪽 회선은 열려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송전 위성 1번 소실." 하이랜드 회선 하사가 말했다. 4분 뒤에 2번이 꺼졌다.
09시 21분. 궤도 위의 포대 여섯 기는 이제 각자의 축전기에 남은 전력만으로 버텨야 했다. 1번, 사격 4회분. 2번, 5회분. 3번, 2회분. 6번, 4회분. 4번과 5번은 이미 바닥이었다. 지상의 하이랜드 발전소는 여전히 최대 출력으로 돌고 있었지만, 그 전력을 하늘로 올려 보낼 길이 없었다.
"하이랜드에 출력 낮추라고 해. 과열로 터지면 지상 전력까지 잃는다."
그다음 50분 동안 리어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는 남은 포대 사격을 본대가 가까워질 때까지 아꼈고, 행성 지상 방공부대에 포대 축전 잔량과 예상 사격 시각을 넘겼고, 남부성계사령부로 다음 보고를 보냈다. 벨 상사는 그동안 관제실을 한 바퀴 돌며 콘솔마다 물병을 놓았다. 처음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지만, 30분 뒤 그가 다시 돌 때는 절반쯤 비어 있었다.
09시 44분, 퀸이 남부성계사령부 회신을 읽었다.
"제18함대 일부 전력으로 지원 편성 중. 도착 예정 미정. 궤도방어단은 가용 전력으로 지연 수행할 것."
퀸은 전문을 일지에 붙이고 다음 줄에 수신 시각을 적었다.
10시 08분, ISA 본대가 감속을 마치고 행성 궤도 바깥에 자리를 잡았다. 포대의 유효 사거리 바로 바깥이었다. 순양전함급으로 추정되는 함 세 척이 대열 앞으로 나왔다.
"순양전함급 세 척 사격 자세. 목표…… ODP 2번 방향입니다."
"ODP 2번, 남은 축전 전부 쏴. 목표 앞에 나온 세 척."
2번 포대가 다섯 발을 연달아 쐈다. 궤적선 다섯 개가 화면 위로 그어지기 시작했다. 그 선들이 절반도 가기 전에, 반대 방향에서 다른 선 하나가 그어졌다. 그 선은 그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끝났다.
"ODP 2번 피격."
화면 위에서 2번 포대의 표시가 한 번 하얗게 번쩍였다. 다음 갱신 주기에서,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구조정 신호." 벨 상사가 말했다.
프라이스는 화면을 한참 보았다. "……없습니다."
ODP 2번 상주 인원은 서른두 명이었다. 리어리는 그 숫자를 지난주 근무표에서 보았다. 그는 프라이스에게 피격 시각을 기록하라고 말했고, 프라이스는 기록했다.
2번 포대가 쏜 다섯 발은 1분 반 뒤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도착했다.
그다음 23분 동안 순양전함 세 척은 같은 방식으로 1번, 6번, 3번 포대를 차례로 쐈다. 포대들은 축전 잔량을 다 쏟아붓고 사라졌다. 4번과 5번은 전력이 없어 쏘지도 못한 채로 맞았다. ISA 쪽에서는 한 척도 줄지 않았다. 템페스트가 불을 붙인 구축함은 본대 후방으로 물러나 있었다.
10시 31분. 전술 화면의 행성 궤도에 아군 표시는 하나도 없었다.
"궤도방어 전력 상실." 리어리가 말했다. "이 시각부로 궤도 감시 임무를 지상 방공사령부에 인계한다. 퀸, 남부성계사령부에 보고. 벨라트릭스-7 궤도 상실, 적 상륙 예상, 지원 요청."
"송신합니다."
"그리고 행성 전역 민방위 경보 발령."
퀸이 물었다. "경보 단계는요."
"최고 단계."
몇 초 뒤, 관제실 천장 스피커에서도 경보음이 울렸다. 행성 전역에 내려가는 경보는 지하 시설에도 똑같이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길고 낮은 음이 세 번 울리고 멎었다가, 다시 세 번 울렸다. 프라이스가 개인 단말기를 꺼내 화면을 한 번 보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소령님." 프라이스가 말했다. "민간 비콘 B-2에 새 전이 감지입니다."
리어리는 화면을 보았다. B-2 표시 옆의 전이 감지 건수가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하나, 둘, 다섯.
"질량이 큽니다. 전투함보다 큽니다. 엔진 점화 순서 대조 결과…… 수송함급 추정. 일치율 69퍼센트."
숫자는 열둘에서 멈췄다.
리어리는 통신 콘솔로 걸어갔다.
"남부성계사령부에 추가 보고. 민간 비콘 B-2에 신규 도착 12척, 수송함급 추정. 그리고 지상 방공사령부 연결해. 수송함 열두 척, 지금부터 궤도 도달 예상 시각 계산해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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